아내가 2주 전, 친구들과 함께 남미륵사를 방문하고 왔습니다.
그곳에 활짝 핀 해당화 꽃밭을 보고 감탄하며, 이번 주에 함께 가면 철쭉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내의 말에 이끌려 이번 주말, 남미륵사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 온 천지가 꽃과 신록으로 우거져 봄의 찬란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거의 도착할 무렵, 도로가 심하게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대형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에, 주차장까지 1.3km 남았다는 표지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걷는 것이 차보다 빠를 것 같아,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남미륵사 입구까지 걸어갔습니다.
입구에는 유채꽃이 활짝 피어 온 세상이 노란 물결로 넘실거렸습니다.
평소 노란색을 좋아하는 제 옷도 노란색이었기에, 세상이 온통 나와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남미륵사 입구부터는 꽃 터널이 시작되었습니다.
길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울긋불긋한 꽃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었고, 터널을 지나면 대웅전 앞마당에 이릅니다.
절과 마을의 경계가 흐릿하여, 마치 꽃 속 마을을 거니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곳곳을 둘러보다 문득 마음속에 떠오른 노래가 있었습니다.
바로 "고향의 봄" 입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동네 나의 옛 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작사: 이원수 / 작곡: 홍난파)
남미륵사 꽃 정원은 마치 '고향의 봄' 속 꽃 대궐을 눈앞에 재현한 듯했습니다.
울긋불긋한 꽃들,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봄바람이 어우러져 가슴 깊이 고향의 따뜻함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꽃 구경을 마치고, 아내가 2주 전 맛있게 식사했던 식당을 찾기로 했습니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고 위치만 기억해, 아내의 안내를 따라 '사계정원'으로 향했습니다.
강가에 멋지게 자리한 숯불고기 전문점이었고,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선함이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솥밥 정식을 주문했습니다.
숯불향 가득한 고기와 따끈한 솥밥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가성비도 훌륭했습니다.
점심을 든든히 먹은 후, 강진 토요시장으로 향했습니다.
봄기운을 머금은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특히 한우와 표고버섯으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여기저기 표고버섯을 파는 가게들이 많아 가격도 비교해 가며 꼼꼼히 둘러보았습니다.
토요시장 입구에서는 아마추어 노래자랑 대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노년의 흥과 용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가족 단위로 무대에 올라, 멋지게 노래하고 춤을 추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장 구경을 마친 후, 탐진강 강가를 따라 조성된 데크길을 거닐었습니다.
한여름을 연상케 하는 따스한 햇살 속, 시원한 강바람과 그늘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탐진강 물축제가 열리는 장소를 지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고, 다시 차로 돌아와 집으로 향했습니다.
오는 길에도 산과 들에는 신록과 꽃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봄의 완숙함을 온전히 만끽한 하루였습니다.
오늘 하루는 마치 한 편의 시 같았습니다. 남미륵사의 꽃 정원, 고향의 봄을 떠오르게 한 순간들,
그리고 아내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들이 봄날의 추억으로 오래오래 마음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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