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왜 제정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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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화학물질. 그 속엔 우리의 건강과 생명, 환경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화학물질관리법을 제정해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 법은 왜, 어떤 배경 속에서 도입되었을까요?
 

1. 기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한계

1991년부터 시행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산업계 중심의 법이었습니다.
화학물질의 제조, 수입, 보관, 사용에 대한 절차는 있었지만, 다음과 같은 중요한 요소들이 부족했습니다.

  • 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 확보 미흡
  • 사전 등록 및 위해성 평가 제도 부재
  • 국민 건강과 환경 보호 관점 부족
  • 사고 예방보다는 사후 조치 중심의 구조

즉, 화학물질의 실질적인 위험성보다는 행정 절차 중심의 관리였던 것이죠.

2. 국제사회 흐름 – EU REACH 제도의 영향

화학물질 안전 관리는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조화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EU는 이미 2007년부터 REACH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REACH: 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
→ 화학물질의 등록·평가·허가·제한을 뜻함

  • 기업이 스스로 유해성 자료 제출
  • 국가가 등록·평가 후 관리
  • 사전 예방적 접근 방식

우리나라도 국제 기준에 맞춘 제도를 도입해 수출 경쟁력 확보 및 환경보건 강화의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3. 두 개의 큰 사건, 사회적 충격을 불러오다

▪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가정에서 사용되던 가습기 살균제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었습니다.

  • 사용자의 폐를 손상시키는 화학물질 PHMG, PGH 등이 포함
  • 사망자 1000명 이상, 피해자 수천 명
  • 피해자 중에는 임산부, 영유아도 다수 포함
  • 기업과 정부 모두 유해성 사전 파악 실패

이 사건은 “생활 속 화학물질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였고, 유해성 정보 사전 확보의 필요성
절실하게 느끼게 한 계기였습니다.

▪ 2012년 구미 불산 누출 사고

1년 뒤인 2012년 9월, 경북 구미의 한 반도체 공장에서 불산 8톤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 작업자 5명 사망, 수십 명 부상
  • 반경 수 km 내 주민들 건강 피해
  • 사고 이후, 정확한 유해성 정보 미비로 대응 지연

이 사고는 화학물질 취급 시설에서의 관리 부실, 정부의 감독 체계 미흡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 두 사건은 우리 사회에 깊은 질문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화학물질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가?"
 

4. 국민 건강과 환경 보호 요구의 증가

최근 수년간, 사람들은 점점 더 화학물질에 민감해지고 있습니다.

  • 일상 제품 속 화학물질에 대한 우려
  • 암, 알레르기, 호흡기 질환 등 건강 피해 사례 증가
  • 정보 공개 요구 및 알 권리 상승
  • “내가 쓰는 제품에 무엇이 들어있는가?”에 대한 관심 확대

화학물질은 단순히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과 직결된 문제가 되었습니다.

5. 그래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이런 흐름 속에서 2015년 1월 1일, 정부는 기존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폐지하고,
두 가지 새로운 법을 도입합니다:

▶ 화학물질관리법 (화관법)

: 취급시설의 안전관리 및 사고 예방 중심

▶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평법)

: 화학물질 정보 확보, 등록, 유해성 평가 중심
 
이 두 법은 역할을 분담하면서 산업 안전 + 환경 보건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관리하는
이중 구조의 관리체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화학물질관리법의 도입은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기업의 편의보다, 국민의 안전과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우선시하는 법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산업 현장에 계신 여러분, 그리고 일상에서 화학제품을 사용하는 우리 모두가 이 법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함께 실천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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