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본질과 부끄러움을 아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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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배우고 지식을 쌓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지적 능력을 뽐내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배움의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더 가까이 느끼며 겸손해지는 법을 배운다. 진정으로 배운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임기응변으로 덮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배움의 진정한 가치다.
배움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더 겸손해야 한다. 지식을 쌓는 것은 단순히 외적인 성취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면의 성숙을 이루기 위함이다. 글을 읽고 말을 익히는 것은 스스로의 부족함을 더욱 선명하게 마주하고, 그 부끄러움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배움을 통해 스스로를 낮추는 태도가 진정한 배움의 자세이며, 이를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지혜로운 사람의 풍모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배움이 겸손이 아닌 거만함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최근 보도된 강남 ‘7세 고시’ 프로그램은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어린아이들이 특정 영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보고, 그 과정에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건네는 말이다. “그 학원에 가지 못하면 힘든 노동을 하게 된다.”
이 말 속에는 노동을 차별하는 시선이 담겨 있다. 모든 직업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며, 어떤 일이든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일부 부모들은 노동을 폄하하며, 특정한 직업만이 가치 있다고 가르친다. 이는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차별적 사고방식의 반영이다. 자신의 한을 아이를 통해 풀려는 대리만족의 태도는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경쟁과 우월의식을 심어줄 뿐이다.
맹자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야말로 지적인 삶의 시작이라고 했다. 배움이란 더 많은 정보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이다. 강남 ‘7세 고시’와 같은 현상이 보여주는 것은, 우리가 배움을 경쟁의 도구로만 여길 때 어떤 왜곡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진정한 배움은 겸손함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배움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은 남보다 앞서기 위한 우월감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직시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다. 배움을 통해 부끄러움을 알고, 그 부끄러움 속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배움의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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