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미세먼지가 약간 있었지만 포근한 날씨를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까웠다. 그래서 우리는 차를 몰아 고흥으로 향했다. 집을 나서면서부터 설렘이 가득했다. 여수에서 출발해 조화대교, 둔병대교, 낭도대교, 적금대교, 그리고 팔영대교까지 다섯 개의 다리를 건너는 동안 바닷바람이 차창 너머로 스며들었다. 바닷물은 푸르고 공기는 신선했다. 창문을 열어 가끔씩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고흥 땅을 밟자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논밭에는 푸른 마늘밭이 싱그러운 초록빛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잔디밭처럼 부드럽고 평화로웠다. 우리가 첫 번째로 향한 곳은 인학마을의 참살이 매화 농원이었다. 축제가 지난 탓인지 조용한 분위기였다. 작은 마을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 보니, 마치 농원을 전세 낸 듯했다. 가장 외곽 코스로 길을 잡고 천천히 걸으며 매화꽃의 향기에 취했다. 벌들이 날아다니는 모습까지도 자연의 일부처럼 아름다웠다.
작년에는 축제 기간에 방문했었기에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이번에는 한적하게 흰 매화꽃을 감상할 수 있었다. 향긋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한 송이 한 송이 피어난 꽃들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좋은 풍경을 만날 때마다 카메라를 꺼내어 그 순간을 담았다. 농원 꼭대기에 있는 팔각정을 반환점 삼아 최대한 외곽을 따라 걸으며 매화나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조용한 산책길에서 우리는 자연과 하나 되는 시간을 보냈다.
두 번째 목적지는 남열 해돋이 해수욕장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주유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67km였기에 안심하고 목적지까지 갔다. 남열 해돋이 해수욕장은 나로우주센터의 반대편에 위치해 있었다. 해변에 도착하니 모래가 유난히 곱고 부드러웠다. 발을 디딜 때마다 폭신폭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여수 앞바다는 잔잔한 호수처럼 보이는데, 이곳의 바다는 파도가 꽤 크게 치고 있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소나무 숲에 자리 잡은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아내는 우주 발사대까지 가보자고 했지만, 연료가 얼마 남지 않아 다음을 기약했다. 평소에도 연료 경고등이 들어온 후에 주유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예상보다 주유소를 찾기 어려웠다. 결국 아내에게 한 소리 들었고, 나도 반성했다. 앞으로는 미리미리 주유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고흥에서의 드라이브는 마무리되었다. 다섯 개의 다리를 건너며 푸른 바다와 싱그러운 마늘밭을 감상하고, 매화꽃의 향기 속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냈다. 남열 해수욕장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은 작은 긴장감도 있었지만, 결국 따뜻하고 행복한 봄날의 기억으로 남았다. 다음번에는 더 먼 곳까지 도전해보리라 다짐하며, 다시 다리를 건너 집으로 향했다.






















